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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키키 2026년 10월 23일(금)

하노이에 살 때, 아침 6시 무렵 호안끼엠 호수에 나가면 호숫가는 이미 어르신들 차지였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수십 명이 줄을 맞춰 체조를 하고, 한쪽에서는 배드민턴 셔틀콕이 오갔다. 해가 완전히 뜰 즈음이면 그 자리를 출근하는 오토바이 행렬이 채웠다. 그때는 그 아침 풍경이 베트남 고령화 이야기의 한 장면이라는 걸 몰랐다.

베트남 고령화, 아직 일하는 노년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농라를 쓰고 멜대에 채소와 바나나를 멘 상인의 뒷모습

한국에서 베트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베트남은 젊은 나라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9월 베트남 노년층연합회가 내놓은 숫자를 보고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노년층 약 1,700만 명, 그중 900만 명 이상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다. UNFPA는 앞으로 10년 안에 베트남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 넘게 60세 이상이 된다고 내다본다. 젊은 나라라는 베트남에서 어르신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하는 어르신 900만 명

베트남 고령화, 아직 일하는 노년층. 길가에 앉아 채소를 손질하며 수제 노트를 파는 백발의 할머니

VietnamPlus가 9월 10일 전한 노년층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노년층이 1,700만 명 가까이 있고 그중 900만 명 넘게 노동과 생산,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 사업을 잘 꾸려 연합회에서 ‘경제 우수’ 인정을 받은 어르신만 45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만든 일자리가 1,000만 개, 낸 세금이 12조 동(약 6,500억 원)에 가깝다고 한다. 연합회가 발표한 숫자라 통계청 집계와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규모만큼은 분명하다.

베트남 노년층의 76%가 연금 없이 살고 나머지는 24%인 도넛 그래프

숫자만 보면 기운 넘치는 실버 세대다. 그런데 뒤집어 볼 숫자가 하나 있다. UNFPA 베트남 사무소에 따르면 베트남 노년층의 76%는 연금 없이 산다. 열 명 중 일곱 명 넘게 연금이라는 고정 수입이 없다는 뜻이다. 하고 싶어서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둘 수 없어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농촌에 살거나 평생 비공식 부문에서 일해온 사람, 여성 노인은 노후 빈곤 위험이 더 크다.

👵🏻 ‘người cao tuổi’ (노년층)

직역하면 ‘나이가 높은 사람’이다. 베트남 법에서는 60세 이상을 가리키고, 뉴스와 공문서에서 노인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일상에서 어르신을 부를 때는 ‘ông(할아버지)’ , ‘bà(할머니)’ 를 더 자주 쓴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고 있는 베트남 고령화 현실

세계은행은 2021년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고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많은 나라는 소득이 충분히 오른 뒤에 이 변화를 맞았다. 베트남은 1인당 소득이 세계 평균의 40% 수준일 때 이 변화를 맞고 있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 2019년 1,140만 명(11.8%)이던 60세 이상 인구는 2039년 2,280만 명(20.8%)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년 만에 노인이 두 배가 된다.

베트남 고령화 현실, 60세 이상 인구가 2019년 1,140만 명(11.8%)에서 2039년 2,280만 명(20.8%)으로 20년 만에 두 배가 된다는 비교

베트남은 2007년부터 일할 나이의 인구가 아이와 노인을 합친 인구의 두 배인 ‘인구 황금기’를 지나고 있다. 문제는 이 황금기가 2036년 무렵 끝난다는 것이다. 출산율도 계속 떨어졌다. 호치민이 있는 동남부는 출산율이 1.4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고, 호치민 역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아이는 줄고 어른은 오래 사니, 베트남 고령화 흐름 속에서 인구 그래프의 무게중심은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대수명 74.7세, 건강수명 65.4세.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 두 사람

기대수명은 1980년대보다 10년 늘었다. 반가운 일이지만, 오래 사는 만큼 아픈 시간도 길어진다. UNFPA가 제시한 베트남의 기대수명은 74.7세, 건강수명은 65.4세다. 평균 9년 넘게 병이나 불편한 몸으로 지낸다는 뜻이다. 그 9년을 누가 곁에서 챙기느냐가 다음 질문이다.

자식 셋을 둔 할머니가 혼자 사는 이유

꽝빈성에 사는 78세 응우옌 티 뚜옌 할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으며 혼자 산다. 자식이 셋 있지만 모두 돈을 벌러 다른 지역으로 떠나 좀처럼 오지 못한다. 한 달 약값은 약 25달러, 유일한 수입인 연금은 170달러다. 할머니는 세계은행 취재에 이렇게 말했다. “많이 먹지도 않고 옷도 별로 필요 없어요. 더 필요한 건 약이랑, 이야기 나누고 도와줄 사람이에요.” 할머니에게 부족한 건 돈보다 곁에 있어 줄 사람이었다.

베트남 노인의 99%가 가족 돌봄에 기대고 그 돌봄의 72%를 여성이 맡으며, 국가 사회보호센터는 418곳이라는 수치 카드
베트남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 79만 6천 명과 사회보호센터가 돌보는 노인 1만 명 남짓을 비교한 가로막대 그래프, 약 80배 차이

베트남에서 부모 돌봄은 오랫동안 자식의 몫이었다. 지금도 노인의 99%가 가족 돌봄에 기대고, 그 돌봄의 72%를 여성이 맡는다. 그런데 자식들이 일자리를 따라 큰 도시로 떠나면 고향에 부모만 남는 집이 생긴다. 나라가 운영하는 사회보호센터는 418곳, 돌보는 노인은 1만 명 남짓이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은 79만 6천 명으로 추산된다. 80배 가까운 차이다.

장기판 놓인 동네 사랑방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동네 사랑방이다. 뚜옌 할머니 집에는 자원봉사자 두 명이 2년째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목욕과 빨래, 장보기를 돕고 약을 제때 먹는지 챙긴다. 딸 히엔 씨는 “봉사자들이 가족 같다”고 했다. 이들은 ‘세대 간 자조 클럽’ 회원이다. 한 클럽에 50~70명이 모여 건강을 체크하고, 함께 운동하고, 작은 돈벌이도 한다. 회원은 노인과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이름처럼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

하노이 동쑤언 시장(Chợ Đồng Xuân) 앞,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어울리는 생활의 중심

세계은행 지원 사업으로만 6개 성에 186곳이 생겼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 읍면의 80% 이상에 이런 클럽을 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가 이뤄지면 베트남에서 가장 큰 노인 돌봄 공급자는 정부 시설이 아니라 동네 클럽이 된다.

호치민에서도 비슷한 공간이 생기고 있다. 올해 6월 ‘Bình Phú’ (빈푸) 동에 호치민 첫 노년층 주민 커뮤니티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어르신들은 그곳에 둘러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노년층연합회는 베트남 고령화 시대에 맞춰 ‘kinh tế bạc(실버경제)’ 행동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르신을 돌봄 받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경험을 가진 생산자로 보겠다는 방향이다.


출처
– Wikipedia, Chợ Đồng Xuân
– Wikipedia, Người cao tuổi
– Wikipedia, Ch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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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야, 이것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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