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처음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죠. 바로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예요.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사방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를 보면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럽죠. “오토바이가 왜 이렇게 많아?”, “차가 없어서 다 오토바이를 타나?” 아마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베트남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자동차가 있는 집에도 오토바이가 있고,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죠. 커피 한 잔을 사러 갈 때도, 시장에 갈 때도, 심지어 50m 남짓한 거리를 이동할 때도 오토바이를 타요.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히 자동차가 없어서 선택하는 교통수단이 아니에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존재예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예요. 오토바이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도로 풍경만 달라진 게 아니거든요. 골목의 구조도, 카페와 식당의 모습도,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소비하는 방식도 오토바이에 맞춰 만들어졌어요. 베트남을 이해하려면, 도로 위의 오토바이부터 봐야 할지도 몰라요. 오늘은 우리가 그냥 “오토바이가 정말 많네.” 하고 지나쳤던 그 풍경 뒤에 숨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게요.
베트남 오토바이 물결, 정말 차가 없어서 타는 걸까?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히 자동차를 대신하는 이동수단이 아니에요. 물론 자동차 보급 수준이나 가격 부담 같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베트남의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에 가장 잘 맞는 이동 수단이 바로 오토바이이기 때문이에요.

🚗 자동차가 있어도 오토바이를 함께 이용하는 이유
베트남에서는 자동차가 있는 가정에서도 오토바이를 함께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바로 도시 구조 때문이에요. 호치민이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확장되면서 좁은 골목길이 도시 곳곳에 발달했어요.
베트남에서는 이런 골목을 남부에서는 ‘hẻm’, 북부에서는 ‘ngõ’라고 부르는데요. 큰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쉽게 들어갈 수 있고, 집 앞까지 이동하기에도 편하죠.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단순히 “차가 없을 때 타는 것”이 아니라, 집 앞에서부터 골목 안쪽까지, 일상생활을 가장 빠르게 연결해 주는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에요.
오토바이가 많으면 상권도 달라져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 수단이다 보니, 도로만 오토바이 중심으로 바뀐 게 아니거든요. 상권과 소비 방식까지 오토바이에 맞춰 발전했어요.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면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들어가서, 주문하고 앉아 있다 나오는 게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길가에 잠깐 멈춰 커피나 반미를 사고, 그대로 다시 출발하는 게 흔한 풍경이에요.

☕ 오토바이 중심의 길거리 상권
멈추고, 사고, 다시 달리는 생활 방식.
길가 카페와 노점이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예요. 이게 바로 오토바이가 만들어낸 베트남만의 독특한 소비문화 중 하나랍니다.

🅿️ 식당과 카페에서 중요한 건 ‘오토바이 주차’
베트남에서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 음식 맛만큼 중요한 게 또 있어요. 바로 오토바이를 어디에 세울 수 있느냐예요. 가게 앞에 오토바이를 편하게 세울 공간이 있는지, 직원이 주차를 도와주는지에 따라 손님이 느끼는 편의가 꽤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가게 앞에 오토바이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고, 주차를 안내하고 오토바이를 정리해 주는 ‘bảo vệ[바오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원래 ‘경비원’이라는 뜻인데, 가게 앞에서는 사실상 주차 요원 역할을 해요.
한국에서 ‘주차장’이라고 하면 보통 자동차부터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를 세울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손님이 그 가게를 찾느냐 마느냐를 가르기도 해요.
그런데 정부는 오토바이를 줄이려고 한다고요?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베트남에서는 대기오염과 교통체증 문제 때문에 오토바이 운행을 줄이거나 제한하려는 정책 논의도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의 베트남 도시에서는 오토바이가 단순히 없애면 끝나는 교통수단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좁은 골목길, 촘촘하게 연결된 주거 지역, 그리고 아직 계속 확충되고 있는 대중교통망’. 이런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실제로 연결하고 있는 이동수단이 바로 오토바이거든요. 그래서 오토바이를 줄이는 문제는 단순히 “오토바이를 타지 마세요”라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그만큼 편리하고 촘촘한 대중교통과 새로운 이동수단이 함께 갖춰져야 하죠.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이해한다는 건, 단순히 교통수단 하나를 이해하는 게 아니에요.
오토바이 한 대 안에는 베트남의 도시 구조가 있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있고, 골목 상권과 소비문화가 있어요. 우리가 도로 위에서 보는 수많은 오토바이는 그냥 “베트남엔 오토바이가 많다”는 풍경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오토바이 하나가 카페에 가는 방식도, 길에서 물건을 사는 방식도, 식당과 상권의 모습까지도 바꿔놨으니까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기엔 조금 아쉬워요. 이후 아티클에서는 오토바이가 만들어낸 베트남만의 독특한 상권과 소비 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